금년으로써 2․8독립선언은 96번째 돌을 맞이했다. 3․1독립선언은 독립운동의 일대 전기를 마련한 위업으로 평가되어 국경일로서의 위상을 얻었으나 2․8독립선언은 그 실체조차 알지 못하는 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거국적 독립운동이었던 3․1운동을 2․8독립선언과 동일한 비중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2․8독립선언은 그 역사적 의의만큼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어엿한 독립운동이다. 이에 아래에서는 2․8독립선언의 주요 내용과 그 역사적 의의를 간략하게 살펴보려 한다.
2․8독립선언은 1919년 2월 8일 동경에서 최팔용, 서춘, 송계백, 이광수 등 동경 유학생을 주축으로 조직된 조선청년독립단원들이 발표한 우리 민족의 두 번째 독립선언이다.
이들은 1918년 윌슨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크게 고무되어 독립선언서의 작성을 결의하였고 2월 8일 발표에 앞서 각국 대사관, 국내, 각 신문사 등에 선언서를 보내는 등 대한독립의 당위성을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선언 당일에는 600여 명의 동경 유학생이 참여하여 시위운동을 벌였고, 일제의 탄압으로 활동이 어려워지자 동경유학생의 상당수는 귀국하여 고국의 독립운동에 관여하였다.
2․8독립선언서에서는 먼저 우리민족의 역사․문화적 역량이 출중함을 다루었다. 이어 일제의 대한제국 병합이 민족의 의사를 무시한 채, 군국주의적 야심과 폭력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규탄하고 식민지정책의 야만성을 폭로하며 일제는 동양평화를 위해 대한민국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한민족의 우수성, 강제병합의 불법성, 식민통치의 야만성, 평화추구의 당위성을 논거로 대한민국의 독립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도출해 낸 것이다.
2․8독립선언의 의의는 우선 무오독립선언에 이은 제2차 독립선언으로써 기미독립선언의 모태가 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위에서 살펴본 2․8독립선언서의 내용은 기미독립선언서와 흡사한데 이는 최남선이 기미독립선언서를 기초할 때 이 선언서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또 33인의 민족대표가 3․1운동을 구상한 데에는 한 달 전 동경 유학생들의 보인 쾌거로부터 받은 자극이 한 몫 했다는 점 또한 2․8독립선언의 역사적 비중을 말해준다. 게다가 2․8독립선언에 참가한 유학생들이 귀국하여 3․1운동의 한 축이었던 학생 운동의 일익을 담당한 점 또한 간과하기 어려운 2․8독립선언의 독립운동사상 의의이리라. 마지막으로 2․8독립선언이 6․10만세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으로 이어지는 학생독립운동의 선구적 역할을 한 점에서도 그 가치를 높이 살만하다.
이처럼 2․8독립선언은 무오독립선언과 기미독립선언을 매개하였을 뿐 아니라 3․1운동의 모태로서 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독립운동사상 쾌거이자 위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처럼 중대한 역사적 의의를 가진 2․8독립선언이 그 후손들의 무관심에 의해 평가절하됨이 오늘과 같다면 이는 2․8독립선언을 이끈 학생대표에 대한 죄요, 더 나아가서는 36년 독립운동사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적국의 수도이자 심장부인 동경에서 학생지사들이 보인 의기에 하늘이 감읍함이 있었는지 지난 달 2․8독립선언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다가올 새해에는 3월 1일보다 앞선 국경일을 맞이하여 전 국민이 학생지사들을 기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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