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라는 이름도 낯선 중동발 감염성 질환으로 한동안 대한민국은 불안감과 공포의 도가니였다. 현재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결국 메르스 사태는 종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태의 종식 이후에도 재발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메르스를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지난 해 하반기는 윤일병, 임병장으로 대변되는 군 사고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입대를 앞둔 청년들, 아들을 입대시켜야 하거나 이미 입대시킨 부모를 불안케 했고, 언론매체들은 연일 군 복무관리와 병무청 징병검사에 대한 비판과 문제를 보도했다. 지금 메르스 사태만큼이나 국민적 관심이 군 사고에 쏠려있었다.
군 사고와 메르스 사태는 모두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혹자는 이를 지나친 불안과 공포라고 말하지만, 그 국민적 불안이 결국 정부나 주무부처로 하여금 문제 해결을 위한 기민한 대처를 하게끔 만들고 궁극적으로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의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일련의 군 사고 당시에도 입대를 앞둔 많은 청년들과 가족들이 불안에 떨었고, 병무청 심리검사 제도에 대해 방송매체들은 연일 쏟아지는 비판이 결국 병무청으로 하여금 심리검사 제도 및 정신과 판정절차 개선 방안을 강구하도록 만들어 순기능 역할을 하였다.
그간 병무청 심리검사는 컴퓨터를 활용한 집단검사(이하 1차 검사)와 전문 임상심리사와의 개별면담 및 검사(이하 2차 검사) 2단계로 복무부적합과 관련된 심리적 취약성을 파악했고, 결과를 소견으로 작성해 정신과 의사에서 전송 정신과 판정에 참고자료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군 사고 이후 2차 검사가 수검자 1인당 20여분 남짓으로 알려지면서, 최소 3시간 이상 걸리는 정신과 병원의 종합심리검사와 비교해 20분 남짓의 시간에 심리적 정신과적 문제를 제대로 선별하겠냐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한해 36만명(2014년 기준)의 수검자가 징병검사를 받는 병무청 상황에서 정신과 병원처럼 모두에게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병무청은 우선 2차 검사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임상심리사를 13명 증원했다. 또한 현행 2단계 검사 절차를 통해 심리적 취약성이 확인된 수검자에 대해 종합심리검사를 도입 추진하기로 했다. 즉 2단계의 스크리닝 검사를 거쳐 심리적 취약자를 선별해 종합심리검사를 통해 심층 평가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종합심리검사 필요인원은 연간 9,000명 정도이나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일부 인원에 대해서만 민간병원 위탁검사로 대체 중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병무청이 종합심리검사를 도입해 자체 시행함으로써 병역면탈 문제 등을 방지한다는 목표로 도입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심의위원회 제도와 정신과 재검자 경과관리 제도를 도입하였다. 심의위원회 제도는 심리검사 결과 정밀관찰이 요구되는 자를 단순히 정신과 치료기록 및 진단서 부재 이유로 ‘정상’ 판정되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도입되었다. 쉽게 말해 정신과 ‘정상’ 판정이 타당했는지를 심의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는 이야기이다.
정신과 재검자 경과관리 제도는 정신과 재검자가 주어진 치료 기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필요한 경우 부모에게 병무청 심리검사 결과를 알려 정신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또한 경과관리 기간에 유선 혹은 방문을 통한 수검자의 상태가 기록됨으로써 차후 정신과 신체등위 판정에 또 다른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심의위원회 제도와 정신과 재검자 경과관리 제도의 시행을 통해 심리검사 결과 심리적 취약자로 파악된 인원이 정신과 ‘정상’ 판정을 받는 경우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과 제도개선이 군 복무 부적합자를 사전 선별해 입영 배제될 가능성을 높이고 제2, 제3의 임병장, 윤일병 사례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군 사고와 메르스 사태는 모두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했고 다양한 비판을 받은 좋지 못한 사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관계부처 및 정부가 이를 거울삼아 예방에 더욱 힘쓴다면 차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언론매체 소식들을 보니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 결국 메르스 사태는 종식이 될 것이겠지만 이는 끝이 아닌 시작일 것이다. 감염병 관리체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개선․정비해 궁극적으로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더 중요한 과제가 남았다는 의미이다.
일련의 군 사고 이후 시간이 제법 흘렀고 국민적 관심도 많이 수그러든 것 같다. 혹자는 병무청 심리검사 제도 개선의 노력을 이쯤에서 그만 두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병무청은 심리검사 제도 개선에 대한 노력을 묵묵히 지속할 것이다. 임병장, 윤일병으로 대변되는 불행한 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작은 보탬이라도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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